'조건'있는 사랑, '조건'있는 교육, '조건'있는 희생.....'조건화'가 교사에게 스트레스를 가한다.


내가 알고 있는 A선생님은 사람이 참 좋다. 가끔 철없는 행동을 할 때도 있지만 인간적인 매력이 있는 사람이다. 나는 이런 A선생님을 평소에 '형님'이라 부르며 친하게 지낸다. A선생님이 인간적인 매력이 느껴진 이유는 헛점이 많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난 너무 완벽한 사람은 가까이 하기가 어렵다.(이것도 아마 조건화일듯...ㅎㅎ) 


아무튼!


이 A선생님은 교직사회에 있어 승진에 관심이 없다. 그래서 학교에서 중책(연구부장, 교무부장 등)을 절대 맡지 않으려고 한다. 실제로 맡지 않고 있기도 하다. 자신은 그냥 자기 반 아이들만 잘 가르치면 된다는 그런 생각으로 교직생활을 하고 있다. 처음에 A선생님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누군가는 학교 일을 해야되는데...승진에 관심이 없다는 이유하나로 어려운 일을 맡지 않으려는 사고방식은 약간 이기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교사 개개인의 철학이 다를 수 있다고 받아들이니 A선생님의 생각도 이해할 수 있었다. 


문제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왔다. 


오랜만에 가진 술자리. A선생님은 나에게 소주를 졸졸 따라주며


"ㅇㅇ아, 요즘 내 정체성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형님, 또 왜 그래요?"

"아니, 이번에 과동기 모임을 갔다왔는데..."


내용의 요지는 A선생님이 오랜만에 과 동기 모임에 갔었는데 승진을 위해 다들 엄청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누구는 벌써 박사학위를 땄니, 누구는 교육대학교에 출강을 하고 있니, 누구는 장학사 밑에서 크고 있니 그런 이야기만 보고, 듣고 왔다는 것이었다. 아마 A선생님이 모임내내 마음이 좋지 않았나보다. 


"난 도대체 앞으로 무엇을 해야되나....이걸 모르겠다."


평소 아이들에게 권위있는 모습보다는 친근한 모습으로 대하며 교직생활을 평탄하게(승진을 위한 길이 아닌) 걸어온 A선생님에게 '승진'을 위한 치열하게 달려가는 동기들의 모습에서 상대적인 거리감을 느꼈던 것 같았다. 그로인해 A선생님의 교사로서 자부심이 흔들렸던 거 같았다. 듣고 있던 나는 소주잔을 들며... 


"형님, 흔들리지 말고 원래 가고자 했던 길 계속 걸어가세요." 


A선생님에게 위로가 되었을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 대부분이 정신신경증을 조금씩 앓고 있다고 한다. 내가 모르긴 몰라도 교사는 정신신경증의 빈도가 일반 사람들보다 훨씬 더 높게 나타날 거라고 확신한다. 왜냐면, 교사는 정신감정노동자이기 때문이다. 이 정신신경증의 주요 요인이 바로 조건화이다. 조건화는 불안과 불확실성, 불안정을 낳고, 그 강도가 개인의 불안과 의존성 정도를 결정하게 된다. 


조건화의 피해를 많이 보는 우리 교사들...근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교사들은 이 조건화를 교육에 아주~~~많이~~~잘~~이용한다. 예를 들면...


너희들이 사랑받을려면, 너희들이 훌륭한 사람이 될려면, 너희들이 좋은 학생이 되려면

말을 잘 들어야 되고, 부모님 말씀을 잘 들어야 되고, 선생님 말씀도 잘 들어야 되고, 정숙해야 되고, 영리해야 되고, 성공적이어야 되고, 완벽해야 되고, 예뻐야 되고(?)....


사실 나도 이런 조건화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교실에서 사용되는 '보상'제도가 이 조건화의 대표적인 산물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학생들은 자체로 사랑받지 못하고 행동으로 사랑을 받는다. 이때 사랑은 아이들이 행동적인 기대에 부증하지 못할 경우에 무기로 사용된다. 그 사랑을 받지 못할까봐....학생들은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게 사랑이 무기가 되는 순간이다.


이 무시무시한 사랑의 무기(조건화)....선생님들은 과연 안전할까?


학생들은 사랑의 무기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우리 교사들은 자부심의 무기로부터 스트레스를 받는다. 무슨 말일까?

현재의 교육환경, 교육시스템은 교사들로 하여금 자신을 구속하고 속박하게 만든다. 현재 우리나라 교직내에서의 성공, 인정, 승인, 성과는 시스템이 만들어 낸 조건화에 불과하다. 교장을 하게되면 성공한 교사일까? 연구대회 입상실적이 있어야 성공한 교사일까? 윗사람의 말을 잘 들어야 모범적인 교사일까? 


이런 조건화는 교사들을 독립적이고 자부심이 많은 사람을 만들기 보다는 의존적이고 자부심이 약한 교사를 만들 뿐이다. 더 나아가 자부심이 약해진 교사는 이런 조건화에 들지 못하면 실패, 거부, 비난, 상실에 쉽게 빠지게 되며 교사의 삶에 대해 부정적이고, 비관적이고, 운명론적이고 우유부단한 태도나 생각을 만들게 된다. 이런 태도나 생각은 회피적이거나 수줍은 행동을 만들거나, 공격적이고 고압적인 또는 강렬하거나 타인을 나무라는 행동을 만들기도 한다. 


결국 이런 정서와 태도와 행동은 정신적인 건강에도 좋지 않지만 신체적인 건강에 많은 악영향을 미친다. 

by 행복공장장 일단시작 2012.09.11 01:15
  • BlogIcon ADT캡스 2012.09.25 16:09 ADDR EDIT/DEL REPLY

    관리자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댓글입니다

'투사'와 '내사'는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특히 선생님들에게는 더 쥐약이다.


오늘 따라 나는 은근슬쩍 기분이 좋다. 왜냐하면 공개수업은 아니지만 평소 생각했던 협동학습을, 2~3일전에 꼼꼼하게 준비를 해서, 오늘 드디어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벌써 수업에 대한 생각이 머리에 꽉 차여있다. 


점심시간....


기분은 완전 다운되었다. 수업이 끝난 후 아이들에게 크게 실망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따라오기는 커녕 예상과 달리 모둠을 만든 후 자기들끼리 웃고 떠드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말았다. 물론 하고자 한 수업목표는 달성하지도 못 했다. 아이들에게 배신감까지 느껴졌다. 성과도 없고 보람도 없었다. 아이들에게 농락당한 기분? 갑자기 소주 한 잔이 생각난다. 


'투사'와 '내사' 이건 정말 교사에게 쥐약이다.

왜냐하면 '투사'와 '내사'가 근본적으로 타인이나 타인의 행동을 통해 자기 가치를 수립할 때 생기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교사'라는 직업이 동료, 학부모와 학생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를 가장 느낄 수 있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나를 놓고 관찰하였을 때에도 여실히 드러난다. 뭐 조금이라도 열심히 수업 준비를 한 날이면 수업 중에 얼마나 수업에 학생들이 빠져들었는지, 수업 후에는 학생들의 변화된 모습이나 즐거움이 있는지 꼭 내 스스로가 확인을 하고 보람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 절로 든다. 


솔직히 '교사'라는 직업은 보람을 먹고 산다. 교사가 수업을 아무리 늦게까지, 열심히 준비한다고 해도 월급은 오르지 않는다. 교사의 열정을 어떤 물질적인 부분으로 보상받지도 못 한다. 일반 회사원들은 열심히 일하면 보너스도 받고, 승진도 할 수 있지만 교사는 그렇지 못하다. 교사의 열정을 보상받는 것은 자기 만족과 주변 사람들의 인정이다. 하지만 우리가 성인군자도 아닌 이상 매슬로우가 말했던 욕구 단계 중 최종단계인 '자기 만족, 자아실현'의 단계에만 머무르진 못한다. 


교사는 보람을 먹고 산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사랑을 먹고 산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학생들이 자신이 의도한, 설계한 수업에 잘 따라올 때 '자신이 인정 받았다.'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뭐...나도 그럴 때가 많다. 그래서 '투사'와 '내사'의 함정에 빠지면 교사는 괴롭다. 함정에 빠지면 '자기만족'보다는 '타인만족'에 의해 자신의 행복이 좌지우지 될 때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투사'와 '내사'는 비단 선생님의 문제만은 아니다. 학생들에게도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왜 그럴까?


예를 들어 타인의 승인에 의존하는 선생님은 동료와 학부모와 학생으로부터 인정을 받고 싶어 한다. 따라서 학업 성과를 거두기 위해 학생에게 과도한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 시험 기간에는 특히나 더 그렇다. 교사나 부모의 기대(투사)를 충족시킬 수 없다고 느끼는 학생들은 실패에 따른 모멸감과 부모나 교사의 거부에 직면하느니 차라리 일찍 포기하거나, 도전을 할려고 하지도 않으며 극단적으로 자살을 선택하기도 한다. 


또한

'투사'와 '내사'에 빠지게 되면 나의 행복을 결정하는 요인이 타인에게만 있기 때문에 바른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것은 매일 학생과 마주해야하는 선생님, 선생님을 매일 만나는 학생 둘 다에게 치명적이게 된다. 선생님은 모든 잘못된 요인은 학생에게 있기 때문에 '너 때문에...', '네가 이런 잘못을 했으니깐~', '넌 항상 이런식이야~' 등의 메세지만 학생에게 보내게 된다. 학생은 자신의 입장에서 바라봐 주지 못 하는 선생님이 점차 어려워지고 싫어지고 결국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게 되는 것이다. 함정에서 빠져나오지 못 하면 이 '악순환'은 계속 된다. 


그럼 이 '투사'와 '내사'에 빠지지 않을려면 어떻게 해야될까?


안준철 선생님의 책에서 한 글귀가 도움이 될 거 같다. 


'한 아이의 삶을 하루아침에 바꿔놓을 수는 없다. 그것은 교사로서의 욕심일 뿐이다. 아이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삶을 살면서 잠깐 나를 스쳐 지나갈 뿐이다. 그들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겠다는 선한 욕심도 지나치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너무 잘하려고 하지마세요. '나'를 위한 열정이라면 더욱...'

by 행복공장장 일단시작 2012.08.23 13:41

가끔씩 동기들을 만나면 꼭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이야기들이 있다.

 

"내가 때론 왜 이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뭐 할려고 열심히 하냐...대충해도, 열심히 해도 아무도 몰라주는데.."

 

"학생들이 뭐 알아주기는 하나...몇 번을 이야기해도 고쳐지기는 커녕 더 나빠지기만 하는데..."

 

"열심히 해봤자 돈을 더 많이 주냐, 승진이 되냐...그렇다고 업무는 젊은 사람들한테만 몰아주기만 하고.."

 

 

높은 교육 수준 하지만 낮은 보수체계, 반복되는 비생산적 업무, 균등하지 못한 업무 분장, 변하지 않는 더불어 말도 듣지 않는 학생들, 여유없는 학교생활, 쉽지않은 승진구조, 협소한 동료들과 의사소통, 교사에 대한 공감없는 사회적 인식들...

 

단순히 소명의식 하나로 선생님이라는 직업적 자부심을 요구하기에는 그 방해요소가 너무나도 많다. 정말 큰 문제는 이런 요인들로 인해 선생님들의 자부심은 시간이 흘러갈수록, 경력이 많을수록 낮아져 버린다. 그리고 낮은 자부심은 많은 스트레스도 유발한다.

 

자부심이 왜 스트레스를 유발할까?

 

의학적인 증거를 살펴보면, 신체적인 건강과 수명은 높은 자부심과 강한 상호관련성을 갖는다고 한다. 정신의학과 심리학 또한 사람들의 삶에서 발생하는 문제(스트레스)는 개인적인 취약성과 열등감과 관계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사람과 관련된 모든 행복은 그 사람의 자부심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고 한다.

 

'선생님'을 직업으로 가진 우리에게 자부심에 문제가 발생하면 지도력의 효과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학생과의 관계를 맺는 것조차 쉽지 않게 된다. 자부심이란 쉽게 자신에게 느끼는 매력과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낮은 자부심을 가지는 선생님들의 특징은 무엇일까? 

 

의존적인 선생님들, 고분고분하거나 완고한 선생님, 비판에 매우 예민하게 반응하시는 선생님, 불안하거나 우울한 선생님, 외롭고 고립되었다고 생각하는 선생님들, 의사소통이 자기보호적인 선생님들, 비관적이고 운명론적인 선생님, 긴밀하고 깊은 감정적 관계를 형성하지 못 하는 선생님들, 새로운 상황에 두려움을 느끼는 선생님들, 경직되어 있고 융통성이 없는 선생님들...이처럼 낮은 자부심의 증상을 보이는 선생님들이 내 주위에도 많이 있다.

 

나는 교사가 자부심이 결여되어 있다는 순간을 가장 절실히 느끼는 순간이 있는데, 그건 학기초 업무분장을 할 때다. 많은 선생님들은 서로 '부장'의 직함을 달고 싶지 않으려고 엄청 애를 쓰신다. 겸손한 정도를 지나쳐 자기비하의 표현을 써가며 어려운 업무나 부장직함을 달지 않으려고 애쓰시는 분들이 엄청 많다는 것을 직접 목격한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그들 속에서 비슷해져버린 내 모습을 발견하고는 많이 실망도 하였다.

 

선생님들의 자부심은 항상 위협받는다.

 

학교업무도 선생님의 자부심에 많은 영향을 미치지만 내 경험상 교실속에서 우리 교사들은 자부심에 대한 공격을 많이 받는다. 바로 '투사'와 '내사'에 의해서 말이다. 투사란 자기 생각이나 욕구, 감정을 타인의 것으로 잘못 지각하는 현상을 의미하고, 개인화란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 타인의 행동방식이나 가치관이 자기 것으로 소화되지 못하고 자신의 행동이나 사고방식에 악영향을 비치는 현상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보면...

수업 속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반응에 민감하고 방어적인 경향을 띠며, 자신의 관점과 다른 의견(자신이 생각하는 학생들의 모습, 수업분위기, 이상적인 수업모습과 반대되는 상황)을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선생님들은 이런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기대문에 취약점을 해결하지 않는 한 학생의 행동을 자신과 분리해서 생각하기 어렵다.  특히 선생님은 학생들 특히 자기 성과와 성공에(수업목표, 자신의 목표 달성, 이상적인 수업모습) 관계가 있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의존성을 투사하는 경향이 있다. 개인화는 선생님이 학생의 문제 행동을 선생님 자신의 정체성과 혼동하는 것인 반면에 투사는 선생님 자기 행동을 학생의 정체성과 혼동하는 것이다.

 

더 쉽게 설명하면

내가 오늘 수업을 일정 목표까지 달성하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했지만 학생들이 따라와 주지 않았다. 이때 선생님은 '왜 아이들이 내 생각과 같지 않을까? 너희들을 위해 이렇게 준비를 많이 하고 고생을 했는데 왜 몰라주느냐?? 정말 속상하다. 정말 괴롭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을 투사라고 말한다. 그리고 학생이 교사에 대한 불량한 행동이나 언행, 비난, 비웃음등을 듣거나 보고나서 선생님 자신이 '아 정말 내가 그런 사람인가? 내가 이정도 밖에 안되는 사람인가? 정말 난 능력이 없나보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개인화가 되는 것이다.

 

'투사'나 '개인화'는 둘 다 선생님의 자부심을 매우 위태롭게 한다. 하나 하나가 선생님의 자부심을 한번에 확 낮추지는 않겠지만 매일 매일 수업을 하는 우리 교사로서는 위험한 요인이 충분히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투사'와 '개인화'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by 행복공장장 일단시작 2012.08.20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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